지난 9일, 곰일구™ 핸펀을 새로 개통했다. 이유는 여러가지 - 독점시장/높은 유지비/높은 기기값을 강요하는 SK. 017의 아이짱 카드 소멸. 번호는 017이고 변한건 없는데 요금만 올리는 서비스. 곰일구의 6천원짜리 미니요금제 등 - 가 있었다만, 일단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어쨌든, 핸펀을 개통하고 나서 10일에 회사로 배송이 되었고.. 일단 회사와 주변 사람 몇몇에게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날 하루 동안은 아무런 전화도 걸려오지 않았었고, 주말이 되었다. 돈도 떨어지고, 압박감은 심한 요즈음의 주말. 평소와 다름없이 도서관을 들려서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빌렸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낮잠을 자고.. 빈둥댔다.
그때. 새로 개통한 핸펀의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신부를 품에 안아드는 새신랑-_-*의 심정으로 핸드폰을 집어들어 '여보세요?'라고 말했다. (내 핸드폰에는 발신번호표시기능이 없다.) 잠시간의 침묵 - 다시금 조급한 마음에 '여보세요'라고 말했을 찰나, 그녀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못 걸었나봐요.. 죄송합니다.'
핸펀을 개통하고 제일 처음 걸려온 전화는... 잘못 걸려온 전화였다.
와하하 -_-
전화를 끊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다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텐데, 어떻게 해서 잘못된 전화가 옛날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걸려올 수가 있는걸까? 보통 핸드폰에 등록된 전화번호를 이용해서 통화를 시도하지 않는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몇가지 추측이 떠올랐다 :
- 한국통신의 농간 : 보통 다른 통신사업자(011 -> 019라든가, 016->011이라든가)끼리 통화를 하게 되면 중간에 한국통신의 라인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공짜는 없다. 통신사업자는 한국통신의 전화선 사용료를 납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간에서 한국통신이 일부러 엉뚱한 사람을 연결해줘서 사용료를 더 벌자고 덤비는 수작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 통신사업자의 농간 : 결국 위와 같은 이유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를 고려해야한다. : 예를 들어 011 사용자가 011 사용자에게 전화를 했을 때 연결이 잘못 되었다면 이건 명백히 SK 시스템의 잘못이다. 자기 이름에 먹칠을 하는 짓이 아닌가. 아무리 고객이 KO될때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SK라지만 이런 무리한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 경험에 미루어볼때 약간 심증이 가는 부분이 있는데, 예전에 017 레저요금제 - 기본료는 싸고 통화료는 비싼 - 를 썼을 때에 두번인가 전화가 잘못 걸린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 정액요금제 - 통화를 다 쓰면 아예 발신이 정지되는 - 를 사용하게 되자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 당연히 레저요금제 쓸때보다 통화량은 월등히 많았음에도 말이다. 통화료를 한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신세기통신(지금은 SK로 바뀌었지만)의 고육지책이었을까?
- LG텔레콤의 배려 : 요즘 LG텔레콤이 선전하는걸 보면 정말 장난이 아니다. 통화 안되는 곳 있으면 이틀안에 해결해주겠다지를 않나, 14일 이내에 그게 안되면 가입비를 돌려주겠다지를 않나.. 이런 엘쥐텔레콤이 핸펀을 개통하고 사흘이나 통화가 전혀 없는 고객을 무시할리가 없다. (인터넷으로 구매한거라 실제 개통은 8일에 되었다) LG에 항의하기 위해 일부러 고객으로 잠입한 SK나 KTF의 끄나풀인지도 알 수 없고, 아니면 정말 통화가 안돼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스물다섯의 어리버리한 청년일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에까지 이른 LGT의 고객센터 직원은 핸펀이 통화가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게 전화를 걸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호음이 가자마자 '여보세요?'라고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수화기 너머로 들은 그녀는 당황해서 '잘못 걸었나봐요..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끊었을지도 모른다.
- 실수 : 단순히.. 번호 저장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아주머니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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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03-03-02 00: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