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ial Daily Notes200907 UserPreferences
 
Help Info Print View Search Diffs Edit
 인덱스   찾기   Freeboard   Subjectless   Images   최근글 

22일
문득 L의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다가 우울함과 맞닥뜨렸다. 깊은 우물 속에 무엇이 있는지 천천히 수면을 바라보다 수면에 비친 스스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놀란 것처럼. 나는 내 자신 안에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보았기에 다시금 우울함과 조우해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개 그렇듯 이런 고민은 우울하지 않은 다른 생각이 내 머리에서 스며나오기까지의 대용품 같은 것이다. 우울함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우울함의 뿌리를 캐내는 일. 자신의 사고를 되읽는 작업은 엉망진창일 때가 많지만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일이다. 요는 그 감정에 붙들리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우울함이 생각에 스며들기 전에 발을 내딛고 생각을 전진한다. 가벼운 삶이나 가치있는 삶에 대한 기대도 접은 채, 오히려 일상을 곱씹을 기회조차 포기하면서까지, 일개미가 개미집을 나서듯 내 생각들을 밖으로 풀어놓는다.

하지만 문득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한밤중의 조깅에서 맡았던 밤이슬 맺힌 풀섶의 향기와 녹슨 철조망의 냄새처럼.
혹은 황폐하기 그지없던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보았던 수많은 기억들의 아련함처럼.

널 기억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내게는 없어서 슬프고 아프다고 고백할테지만.

미안하다 사랑하지 못해서.
마음의 불이 모두 꺼져버린 눈으로 너를 바라보고 있어서.


KenialDailyNotes


PythonPowered EditText of this page (last modified 2009-07-22 00:45:07)
FindPage by browsing, searching, or an index
Or try one of these actions: DeletePage, DeleteUploadedFile, LikePages, SpellCheck, Upload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