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ial Daily Notes200603 UserP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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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희망없는 나날을 견뎌내는데는 이미 익숙해져 있으니까
손목을 긋지 않고.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지 않고. 빌딩 아래로 뛰어내리지 않고.
얼굴을 들고 살아갈 수 있었어.

뻔뻔하게. 혹은 담담하게.

하지만 이제 다시 머리를 숙인 채 거리를 걸어.
숨어들고 싶어도 숨어들 곳 없음을 알기에.
거리에서 반복하는 응시와 외면과 단절의 과정조차 견딜 수 없어 귀에 걸린 싸구려 이어폰의 싸구려 음악 소리에 신경을 집중한 채, 흐릿한 덩어리들만 가득한 거리로 촛점도 맞지 않는 시선을 이곳저곳으로 옮겨가며 걷고 또 걸어.

그건 희망없는 나날이었을까.

문득 내 시야에서 명징하게 보였던 너를 만났을 때는 풍경에 색이 돌아오던 계절.

그건 색이 바랜 사진의 기억같은 것이었을까.

문득 눈 앞에 교대로 다가들던 명료한 풍경과 흐릿한 풍경 사이에서 어지러움을 느껴.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되어도
네가 나를 사랑하게 되어도
결국 흐릿한 풍경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부터 네 안에 있던 가슴 속 구멍에 그 뿌리를 박은 변덕스러운 우울함 또한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서로가 다른 이유로 자신을 자해하며 그 아픔 또한 의존적이 되어가는 일상이 되어,

견뎌내는 일밖에 남지 않을 날들이 될까 두렵다.

그래서 담담한 표정을 짓고 거리에 다시 나서게 될까 두렵다.

26일
약하니까 구할 수 없었던거야.

이러쿵저러쿵 변명하지마.


사랑의 병을 고치려 한다면
더욱 사랑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좋은 치유책이 없다.

Henry David Thoreau.

소로우 선생님.
저 나중에 죽고 나서 소로우 선생님을 뵐 수 있다면 이거 진심이셨는지 꼭 물어볼거에요.

그때 가서 '미안해.. 그냥 해본 말이야' 이러시면 진짜..

24일
방금 fake plastic tree 녹음하고 듣고 앉아있다가 놀랬다.

아니 내 목소리 대체 왜 이래..
젠장 자기 목소리 듣고 있으면서 우울해지는건 정말 ;ㅁ;

22일
어딘가 막 욕을 퍼붓고 싶은 느낌.


온갖 감정과 상념이 파도처럼 밀려와 내 정신에 부딪히누나.


am 5:55.
이 시간까지 깨어 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난 그 사람이 아니야.

21일
네 웃는 얼굴을 보며. 아마도 5년인가 6년인가의 시간을 생각하며 네 뱃거죽을 상상했다.
아마 나와는 인연이 없을 따뜻함. 아득할 정도로 멀어보이는 일상의 프로세스.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네가 완전히 나와는 다른 인종처럼 느껴져서.
당혹감을 느끼며 시선을 피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나도 그만큼의 시간동안 많이 변했고.
시덥잖은 허세 대신 스스로의 삶을 바닥부터 채워나가는 법을 알기 시작했으니까.
쓸데없이 강한척하던 나는 없어.
그때의 나를 진심으로 믿어줬었다면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때의 네 표정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기에 그저 입을 다물고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를 열심히 늘어놓는다.

결국 여기서 다시 시작하는 나는 그때보다 초라해져 있겠지.
그때처럼 무엇이든 시시하다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진 않겠지.

그때도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행복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행복의 실마리를 쫓아 뛰고 달리고 넘어지고 뒹굴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꼴사납다고 느껴질 때가 많지만.

세상을 바꾸는 일이 어떤 것인지 이제는 알 것도 같아.
세상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제는 이해해.

그러니까 어쨌든 이 삶을 살아낼 수 밖에 없다는 걸.

수많은 너의 뱃거죽의 자취에서 일어나고 스러졌을 삶의 행렬을 상상해보며
다시금 아득함에 빠져 살고 살아내고 살아가는 일의 경외감에 몸을 떤다.

나와는 인연이 없는 따뜻함이 있을, 네 뱃거죽 이면의 세상은 또 어떤 모습일까.


미칠 때까지 웃자.
미칠 때까지 울자.

그리고.
죽을 때까지 살자.

20일
네 자취의 조각을 찾아 디스플레이에 매달려 있는 나.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사랑을 잃었다면
더욱 더 성실하게 되어야 한다.
죽을 만큼 마음이 괴롭거든
류트를 들어라.

- 하이네.

하이네 아잦찌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었나효. 비결을 가르쳐 주세효.
;ㅁ; 아 젠장...

18일

한동안 오뎅에 뜨거운 정종 나오는 집이 좋아졌더랬는데...
결국 정종은 제대로 마셔주지도 못하고 겨울은 다 가버렸구나.

16일
오늘도 짬뽕을 먹었다.

15일

사실 그렇게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는데-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켰다. 아마 중국집 주인은 내가 짬뽕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허겁지겁'이란 단어를 오래간만에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야 했으리라. 붉고 기름진 뜨거운 국물을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마셔버렸다. 값을 치르고 가게를 나오며, 아까 먹었던 생양파의 냄새가 위장으로부터 올라와 입에 감돌고 있음을 느꼈다. 위장을 틀어막고 싶었다.

요즘 식사량이 줄어든 상태라 배는 이미 한껏 불렀지만, 학교 앞 정류장 근처에서 만두를 사들고 버스에 올랐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양파 냄새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전철에서 삼겹살과 소주 마늘냄새 풍기는 아저씨를 앞으로도 계속 경멸하는 짓 따위는 그만두고 내가 먹는 것에나 신경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위장의 언저리쯤이 무척 아프고, 졸렸다. 중국집 음식을 먹고 나면 왠지 나른해진다. 역시 중국집은 음식에 약을 타는걸까..

집으로 돌아와서 음악을 틀고 나서, 만두를 먹어치우고, 우편물을 체크하고, 내일 들고 나갈 물건을 챙기고,
온통 토했다.

어차피 내 속의 덩어리는
아무리 뜨거운 것을 안으로 흘려넣어도 녹지 않을거고,
아무리 내 뱃속에 있는 것을 다 토해내도 토해낼 수 없어-

구토감이 목 뒷쪽을 타고 올라와 뇌를 둔하게 압박해 문득 시야가 흐려졌을 때, 든 생각이었다.

13일
시작해야 하는 일들 앞에서 뒤만 돌아보고 있구나..

11일
불안한 나머지 계속해서 무언가를 읽고 클릭한다.
심장의 겉에 뭔가가 한꺼풀 씌워져 조여지고 있는듯한 느낌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봐도 그 녀석은 계속 달라붙어 있다.

10일
난 아무것도 부수고 싶지 않아.


스끼다시 내 인생 코드를 좀 쉽게 치겠다고 통기타 3번줄의 튜닝을 올렸다.
툭. 하고 반음올림의 텐션조차도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는 현.

괜히 텐션을 올리면 나도 끊어질까.

아냐. 솔직히 더 올릴 텐션도 없어.
난 이유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니까.

다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겠지.

7일
너때문이아니야.너때문이아니야.너때문이아니야.
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수 있다면 좋으련만.

누가 나 좀 데려다가 레드썬이라도 해줘요...

6일
사랑받을 수 없어.
그러니까 죽어버려.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없어.
그러니까 죽어버려.

예전에 어디엔가 적어두었던 문구가 떠올라 가슴아파하기는 젠장..


네 꿈 속의 나는.


님하 닥치고 ㄳ


아프고 싶어서 아파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어색함은 일상. 언제까지나 stranger.

...

강의실의 분위기도. 등 뒤에서 떠드는 여학생의 목소리도. 4년만에 경험하기에는 낯설기만 한 것들. 그러니까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어딜 가더라도. 어디에 있더라도. 같은 것을 경험하게 될거야.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내 자리가 없어. 나의 냄새가 없어. 나의 기억이 없어. 나의 기록이 없어. 내 것이 없어.

그래서 난 여기에서 뭘 얻어갈 수 있을까. 벗어나는 일만을 매일 꿈꾸고 꿈꾸고 또 꿈꾸며 어디로 날아갈 수 있을까.

5일
그렇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
그저 내 좁은 방 침대에 누워 숨을 이어가고 있을 뿐.


이사를 하다 보면 버려지는 짐도 있기 마련이지 뭐..

4일
열병. 이 지긋지긋한 열병.

3일
몸이 적응하기엔 아직 무리인가. 온 정신이 삐걱거리는 느낌이다.

아직 적응이 덜 된 학교에는 온통 산만한 인간들 투성. 덕분에 내 정신까지도 같이 산만해져가는 느낌이다. 대각선 앞 자리에서 다리 떠는 녀석을 어떻게 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수면도 부족하고 칼로리도 부족하고 영혼의 열기도 부족하다. 어떤 형태의 빈곤함에 둘러싸인듯한 하루. 뭐 언제까지고 이런 상태이지는 않겠지만.

...

여기가 현실 세계인가.
그럼 난 어디에 있는걸까.

1일
심장 위에 돋아나듯 떠오른 한 조각의 감정은 점점 몸을 움츠리게 하고.
망상 속의 추위가 현실의 내 몸 위로 엄습해 호흡을 불안하게 만든다.

거리에서 몸을 떨며 내가 딛고 선 땅을 발로 밀어내 보지만.
추위는 가시지 않고 땀은 얼어붙어
심장 위에 날이 선 작은 얼음의 조각들과 함께 부서지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손과 불안하게 움직이는 시선의 너머에.



네가 있다.


추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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