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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이라는 수사를 붙일 만한, 창백한 푸른 색의 아름다운 빛을 품어내는 보름달 아래에서, 난 그 빛을 내 동공에 담으며 달렸다.

샤워를 하다가 얼굴에 비누칠을 하다 보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신경계의 본능적인 반응으로 인해 숨을 내쉬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 비눗물을 들이켜야 할테니까. 그러다보면 간혹 코 근처에 있던 비누거품이 내 날숨을 품고 부풀어오르곤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숨을 계속 내쉬다보면 비누방울은 계속 커져만 가고, 내 신경은 더 날숨을 불어넣어 빨리 그 비누방울을 터뜨리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수분을 적당히 머금은 비누방울은 아무리 빨리 숨을 불어넣어도 그렇게 쉽게 터지지는 않고, 그 몇초간의 시간에 내 머리 속에선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문다. 예를 들자면, 계속 팽창하는 비누방울에서 우주의 팽창이론과 거대화해가는 행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아직 터지려면 멀었군) 거대화해가는 행성에 그나마 내게는 친숙한 태양을 대입시켜 보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태양으로 옮겨간 생각은 다시 그 태양의 에너지로 인해 생명을 얻고, 이제는 인간들에 의해 황폐해져가는 지구로 다시 옮겨가고 (숨이 부족한데 조금만 들이쉬고 다시 내쉴까?) 마치 지구가 비누방울의 생명처럼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도달한다. (자.. 이번 숨으로..!) 그 순간 비누방울은 터지고, 멸망. 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것과 함께 이천오백만년 전 갑자기 이 땅에서 사라진 공룡들의 행방을 생각한다. 인간도 언젠가는 이천오백만년전 사멸한 존재의 운명을 이어받게 될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때에도 누군가는 샤워를 하고 자신의 얼굴에 매달린 비누방울에 날숨을 불어넣어 터뜨리려 하면서 이천오백만년 전에 사멸한 존재를 생각할 것임을. 그리고 그 때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푸른 크림색의 달은 그 매혹적인 빛을 띠고 하늘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p.s:'이천오백만년 전'이란 수사는 '나의 지구를 지켜줘'에서 따온 것임.

오전 1:08 200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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