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도를 하다가 베었다.
역시.. 익숙하지 않은 일.
익숙해지지 않는다.
혼자만으로 살아가는 일만큼이나..
피도 그치질 않는다.
얼마나 더 피를 흘려야..
얼마나 더 아파해야..
익숙하지 않은 일에. 익숙하지 않은 의존감에.
그리고 잊을 수 있을까.
네가 필요해.
사랑은 구걸하는 것 따위가 아니라고 말했었지만...
그 순간에 가슴의 따끔거리는 듯한 느낌은 참을 수가 없었어.
미소를 지었지만.
짐짓 큰 목소리로 말했었지만.
거짓말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직도 피가 멎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상처의 깊이만큼이나 파고드는 기억은
그토록 예리하게. 내 마음의 한 가닥을 자르고. 또 자르고.
생각의 맥박과 함께 피흘리는 자아.
네 미소도.
열에 들뜬듯한 목소리로 내뱉던 독설도.
눈물도.
내 어깨를 기댄채 거친 숨을 뱉으며 잠든 네 옆 얼굴도.
나밖에는 기억하지 않는 약속도.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 먼 길도.
그 추위도.
바람이 훑고 지나간 자리.
다시는 믿지 않는다고. 다시는 바라지 않는다고..
그렇게 말하는 네 입을. 네 혀를.
그 입에 입맞추고 싶어했던 나를. 알 수 있을까.
너를 욕망하는 일만으로도 나는 자괴감에 빠지는 것을.
그.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내 자신을 정죄하는 것을.
그 손에 잠시라도 더 닿고 싶어하던 나를.
잠시간의 온기.
아직 내 손에 남아있는 너의 머리카락 향기.
그 하나하나에 몸을 떨고.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선듯한 느낌.
저려와...
온 몸의 근육. 신경. 뇌의 세포 하나 하나.
의식과 내 마음조차도.
망상속의 너는 언제나 밝은 햇살이 비치던 4월의 미소를 지은채로.
망상만큼이나 내 머리 속에 가득한,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기억들로.
아프게 해.. 날. .#
keni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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