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대선에 난 노씨에게 투표했었다.
하지만 사실, 뭔가 기대를 하고 투표를 한건 아니었다.
그가 이 한국을 바꿔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따위도 하지 않았고
그냥 그저, 본전치기만 해주십사. 정도의 기분이었다.
근데 왜 별 기대도 없는 인물에게 표를 주었느냐고?
노무현이란 이름은, 내게는 어떤 상징같은 것이다.
프로그래머 일을 하면서, 학벌도 그다지이고,
부모의 재산도 기대할 수 없고,
나이를 좀 더 먹은 뒤 무엇을 할까.
고민해 가면서 살아가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자기 자신밖에 믿을 것이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의 상징.
그가 우리에게 (의도적으로) 보여주었던 그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사람일 것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상고밖에 나오지 못했어도 무섭도록 머리가 좋은 사람이며,
자수성가해서 일반 민중의 삶을 사는 사람도 아니고,
선전에 나오는 이미지처럼이나 따뜻한 사람도 아닐 것이며,
어찌됐든 우리가 기대한 그런 사람은 아닐 것이다.
대선 투표 전날 정몽준씨의 지지 철회 기사를 보며 분통을 터뜨리고,
그날 새벽 정몽준씨 얼굴이 1면에 박힌 신문을 모아
쓰레기통에 버리며 동네를 돌아다녔던 것은.
내게는,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든 그는 하나의 상징이었기 때문이었다. .#
#. 오늘 그 상징이 무너졌다. .#
kenial. |
|
0
358
24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