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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고 그런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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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10. 30

출근길. 한 입 머금은 숨을 내뿜었다. 하얀색 응어리가 이내 사라졌다. 가을도 다 지났구나.

...

어릴적 삼국지나 수호지 따위를 밤새 읽어대던 아이였던 나는, 영웅의 삶을 동경했었던 것 같다. 타고난 강골도 아닌 몸이면서도 다만 식성이라도 그들과 닮고 싶었는지,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정말 음식물이 목젖 아래에 닿기까지 먹어대고 나서야 스스로 뿌듯해하곤 했었으니까. 물론 누구든 어릴 때는 소화력이 좋다고 하지만, 난 타고난 강골은 커녕 보통 아이들보다도 허약한 편이었다. 그렇게 먹어댄 것들이 제대로 소화될리가 없는게 당연했고, 폭식을 한 다음날이면 불편한 속에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있기 일쑤였다.

...

아침의 도시는 아직 어둠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채 씻어내지 못한 검은 그림자를 육중한 덩어리의 뒤로 숨기고, 다시 아침을 맞으며 자신의 공간을 사람들에게 내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애초에 그 건물들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보인다.

...

책이 떨어졌다.
물론 바람에 책을 떨어뜨렸다는 의미는 아니고, 담배가 떨어졌다. 와 비슷한 뉘앙스랄까. 요즘 외부로 파견을 다니는 통에 지하철에서 40분 남짓한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워낙에 책 읽을 잠을 따로 내기가 어려운지라 이런 시간도 귀중하게 느껴지는 것,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외근하는 주제에 읽을 책만 달랑 들고 출퇴근을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고... 회사에 지급받은 육중한 노트북을 가뜩이나 옆으로 메는 작은 가방에 짊어지고 다니려니 보기에도 답답하고 들고 다니기도 버겁다. 이런 상황에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책은 기껏해야 한 권. 그나마도 가방에는 넣을 수 없고 손에 들고 돌아다니는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백팩 종류의 노트북 가방을 써 볼까 - 라고 생각을 해 보지만 - 세상에는 백팩을 메고 다니는게 무슨 사람의 전문성에 흠이라도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나 내가 파견을 나가는 곳에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옷차림도 전략입니다. 덕분에 나는 읽을 분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도 못한 책을 들고 출근했고, 아직 20분쯤은 더 남은 시간을 이런 시시한 메모 따위에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난감하다. 문고판 책 하나라도 어디에든 구겨넣어놓았을 것을- 하고 후회해봤자 이미 벌어진 일. 몸으로 느껴지는 전철의 진동. 시선의 바깥쪽으로 끝도 없이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 고양이의 혀처럼 까끌한 느낌의 냉풍. 습한 냄새와 사람들의 체취가 뒤섞인 공간. 흔든다. 머리를 흔드는 수 밖에 없다. 그나마 mp3 플레이어의 배터리는 아직 충분. 아이팟에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해준 스티브 잡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을 정도다. 볼륨을 올리고 - 다른 사람들 또한 그러듯이 - 내 주위의 공간과 존재감을 애써 무시하고 귀에 꽂힌 이어폰에 신경을 집중한다. 손 끝은 리듬을 따라 움직이고, 곡 하나가 끝나고 다음 곡이 이어질 동안 소리의 공백이 당혹스럽다. 시선을 고정할 수 없어 이곳저곳으로 불안하게 눈알을 굴린다. 이내 눈을 질끈 감는다. 눈을 감아도 진동과 냄새는 떠나는 일 없이 내 엉덩이를 두드리고, 내 머리를 두드린다. 진득하다.

- 10. 31
내 손은 너의 얼굴밖에 그릴 수 없어. 내 눈은 너의 얼굴밖에 볼 수 없어. 내 입은 너의 이름밖에 말할 수 없어. 내 발은 너의 옆으로밖에 갈 수 없어.

- 11. 3
vs2005 DB developer ts : mvp roundtable
'그건 안됩니다'

아 명료해 젠장...

- 11. 6
얼굴을 긁고 지나가는 칼날같은 바람. 그리고 그 위로 새하얗게 빛나는 칼날같은 달. 빛나고, 베고. 불현듯 네 얼굴이 떠오른다. 내일 새벽에는 눈이 내린다고 디스플레이의 글자들이 말한다. 하얗게 빛나는 바람과. 달과. 눈. 그 길 위에서 죽어가고 싶다고. 아직 눈이 녹아 더러운 땅이 드러나기 전에 조용히 죽어가고 싶다고 말했던 너를. 그리고 그 하얀 벽을 끝내 넘지 못한. 그 답답한 벽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던 나는. 꿈을 꾸었다. 눈의 바다 위에 서서, 시야의 끝부터 끝까지 새하얀 색으로 가득차 내 동공 속까지 하얗게 얼려버릴 것만 같은 풍경을 보았다. 꿈 속에서 세상은 어둠과는 또 다른 의미로 막막하게 빛나고 있었고, 어둠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절망하는 수 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갈 길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곳에서도 갈 길은 없었다.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이내 다시 하얀 빛으로 채워졌고, 고개를 돌리면 내가 어디서 걸어왔는지, 아니, 내가 돌아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걷던 도중이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 길 위에서 발자국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이윽고 난 손목을 긋고, 후두둑. 핏방울이 눈 위로 떨어지는 소리에 난 안심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걷는다. 걸어간다.

...

아무리 향기로운 술이라도
인간이 마시면 악취가 된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술은 어디로 가고.
인간의 체취는 어디로 가고.
악취만 남는걸까.

무엇이든 인간과 섞이면 썩어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세상에 절망하는가. 인간에 절망하는가. 내 자신에 절망하는가. 끝도 없는 것처럼 인생을 굴려가는데 낭비하는 것으로 만족하는가. 추구할 대상은 커녕 절망할 대상도 찾지 못한채로 하루가 간다. 또 간다. 또 바람이 분다. 절망할 대상은 누구인가. 나의 적은 누구인가. 추구할 것은 무엇인가. 나의 빛은 무엇인가. 나의 희망은 무엇인가. 나의 끝은 어디인가.

...

둥글레차 티백을 물에 넣고 멍하니 바라본다. 티백에서 번져나오는 갈색 입자의 기하학적인 무늬가 마치 물에 떨어진 핏방울처럼 천천히 무색의 물을 물들인다. 엉겨붙는 갈색 입자들. 엉겨붙은 상념들. 엉겨붙은 감정들. 짙은 색의 침전물들.

-11. 중순.
성내역. 천천히 어두운 지하를 뚫고 나온 전철의 창문 언저리가 빛으로 물든다. 이럴때면 괜히 나는 설레이곤 했다. 고작 지하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온 것만으로 인간은 얼마만큼의 해방감을 얻는걸까. 이윽고 전철은 강변역을 지난다. 한강이 보인다. 어떤 외국 도시의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던 모노레일처럼, 적당한 높이의 회색 건물들 사이로 선로 위의 길을 따라 흘러간다. 매일매일 같은 풍경을 지나쳐가는 전철. 감동받을 풍경도 아닌 것에 새삼스럽게 시선을 고정하고 멍하니 바라본다.

...

눈이 빡빡한 느낌이다.
최근 계속해서 디스플레이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니 무리도 아니지. 바쁜걸까. 모르겠다.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의 목소리는 내가 다시금 바쁜 인간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뭘 위해서? 질문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잘 모르겠다. 방향도 잊은 채 남이 시키는 일에 끌려다니다가 끝나는 삶을 살게 될까. 설령 그렇더라도 두렵지는 않다. 어차피 이런 세상에서 태어나 삶을 부지하다 죽는거라면 이게 대다수의 삶인 것이 분명하니까. 돈이든 권력이든 가지지 못한 자에게는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힘 역시 없다. 완전한 아웃사이더를 지향하지 않는 한은, Standard profile을 유지할 생각을 하고 있는 한은, 남들처럼 핸드폰을 들고 차를 몰고 외식을 하고 청약저축을 가입하고 결혼을 하고 펀드를 사고 아이를 낳고... 그 곳에 의지가 끼어들 공간은 없다. 다만 미리 주어진 객관식의 선택지같은, 마트의 진열대처럼 눈 앞에 놓인 인생의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꿰어맞추며 살 수 밖에. 또 이런 우울한 이야기들. 할 수 없다. 난 야근을 하면 비관적인 인간이 되니까. 야근을 하는 직장인에게 무슨 희망따위가 있고 긍정적인 자세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이냐.

   간만에 와요~ [1]

리얼쓰리피
2007/01/29

   나의 2007년은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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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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