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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고 그런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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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n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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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도 희망도 될 수 없다고 중얼거리며 철교 앞에 섰던 날에는.

너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이유를 부서지게 하고.
너의 희망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희망을 앗아간다.

악몽과 함께 눈을 뜬 아침에
잠에서 덜 깬 뇌는 너를 찾으며 불안이라는 이름의 호르몬을 내뿜고.
불안 속에서 맞이하는 또 다른 이름의 하루에
억지로 의식을 우겨넣으며 자괴감에 빠진다.

매일밤 계속되던 끝없는 추락의 기억이
등 뒤로 내달리던 자동차의 소음과 겹쳐
멀리 발 아래로 보이는 썩은 물의 흐름과 함께
시선은 내 발등과 구조물 사이를 불안하게 움직인다.

행복이란건 없는걸까.

그렇게 우리는 약속 없는 거리에서 발걸음을 내딛으며
지탱하려는 것 없이 삶을 지탱하고
바라는 것 없이 삶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눈물 혹은 무관심 혹은 끊어질 듯한 감정과 기억에 매달리는 것 혹은
망각의 힘으로 살아가는 걸까.

새삼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제, 죽을까. 라고 중얼거린 날에는
이유도 희망도 될 수 없는 삶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너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널 저주하고.
그래서 내 마음 속의 네가 아프다.


   식욕. 혹은. cannibalism.

kenial
2006/03/13

   春, 折.

kenial
200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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